있지, 루이스. 오늘 네 꿈을 꿨어.


 꿈에 그 사람이 나오는 건 그 사람이 절실하게 보고 싶기 때문이래. 사실 그 말을 별로 믿지는 않았는데. ,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지 뭐야. , 솔직히 고백하자면 잠들기 전에 조금, 기도하기도 했어. 몇 마디만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편지도, 만나러 갈 수도 없는걸요. .... 지금 와서 기도라는 걸 한다는 게 조금 우습지만. 그래도, 혹시 아직 신이란 게 남아있다면, 설령 신이 아니더라도 내 기원을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남아 있다면, 그렇게라도 닿고 싶었던 나를 가엾게 여겨주지 않을까 해서.

 

 그러니까, 눈 앞이 온통 꿈이란 걸 알게 된 건, 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사람이 내 눈 앞에 서 있어서였던 것 같아. 홀로 그저 내 앞에 서 있는 사람. 눈에 익은 머리칼이 등 언저리에서 흔들리고 있었어. 너는 뒤돌아 서 있었고, 그래서 나는 손조차 뻗지 못하고 머뭇거렸어. 어째서일까, 그토록 익숙하던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도 어려웠어.

 음, 어쩌면, 꿈이라서 더 무서웠을지도 몰라. 손을 뻗어 끌어안았을 때 사라져버릴까봐. 그 날처럼 내 품 안으로 네가 쓰러져 내릴까봐, 그것도 아니면 싸늘하게 나를 내려다볼까봐. 그래서 천천히 입을 열고 숨을 삼켰어. 하나, , . 딱 한 번만 불러보는거야. 이게 정말 꿈이더라도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거라고. 그러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거야. 애써 숨을 다독이고.

 

 “...루이스?”

 

 그리고 다음 순간 시선이 마주쳤어. .... 익숙한, 내가 아는 네가 거기 서 있었어. 있지, 사실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렇지만 울면 안 되니까. . 나는 네 앞에서는 울 자격이 없으니까. 꾹 입술을 깨물었어. .... 정말 너로구나. 단지 꿈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현실인것만 같아서, 무엇에라도 이끌린 것처럼.

 한 발짝 다가섰어. 천천히, 너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어.

 어쩌면 꿈은 잔인하게도, 이토록 현실과 비슷해서. ..... ....

 

“.... 루이스.”

 

 먼저 팔을 뻗어 끌어안은 건 나였어. 싸늘하지 않은, 따뜻한 체온이 닿았어. , 너로구나. 마음은 생각보다도 빠르게 닿았고, 그래서 가장 먼저 차올랐던 울고 싶단 생각들을 지워버렸어. 네게 닿고 싶어서 기도했던 건 네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는걸. 그래도 완전히 참을 수는 없더라. 눈 앞이 조금 뿌옇게 변했다가, 눈가가 뜨거웠다가. 눈물을 닦아내고 웃었어. 네게 속삭였어. 원래는 정말로, 곁에 서서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괜찮으니까.


.... 생일 축하해, 하고.


 사실, 그 말을 들었던 네 표정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꿈의 대가일까. 아니면 당연한 상실일까. 으음..... 사실 거기서부터 꿈은, 잘 기억나지 않아. 그냥,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어. 기도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이뤄졌으니 그걸로 된걸까. 그제서야 조금,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같아. 이렇게라도 축하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어. 어쩌면 홀로 많은 걸 견뎌왔을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입술을 여는 순간 터져나온 말들이.

 정리할 틈 없이, 참을 수도 없이, 쏟아져나온 말들이 가득하게 꿈을 채웠어.

 

 “... 있지, 루이스.”

 

 부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줘, 차라리 그걸로 신을 대신해줘. 이어진 말들은 두서없었고, 서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했어. 그 날, 우리에게 답을 줄 신은 이미 없었으니까. 우리는 신에게서 버려졌었어, 혹은 신을 버리거나 필요에 의해 찾았었지. 그러니 루이스. 차라리 변하지 않을 내 기원을 종교로 삼아줘. 네가 살아있다면 그건, 세상 어딘가에는 너와 함께하기를 바랐던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테니까

 그러니까 그거 하나만큼은 영원을 걸고 믿어도 된다고.

 

나는 항상 그렇게 할 거야. 그럴 수밖에 없을거야.

너는 내가 언제라도, 몇 번이라도 그럴 사람이니까.

 

 그렇게 쏟아내고는, 나는 너를 볼 자신이 없어서.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어.

 ..... 그게, 기억하는 전부야. 흐려지고,

 흐려지고...

 흐려져서.

 

 .... 눈을 떴어. .... 방 안으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세상이 맑았어. 처음으로 내 방에 햇살이 새어들어온 것 같았어.

 처음으로 비가 그쳤던 그 날처럼, 언젠가 빛을 붙들었던 그 날처럼.

 .....있지, 루이스.


 ....., 그건, 정말로, 꿈이었을까?




.

.

.

 



 이후로는 구겨지고 지워져, 알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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