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게한 날조 있습니다 옐로 사랑해8ㅅ8s2 








 "위치 잡았어요. 다음 보안 프로그램 작동 예정 시간까지 23분 36초." 


 헤드셋을 낀 채로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향성의 옆에서 단은 무릎을 감싸안은 채 화면에 제 시선을 고정했다. 향성의 작업을 봐온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 복잡한 화면들-특히 보안 프로그램을 해킹한다던가 할 때의-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제가 약을 다루는 것을 보는 향성이나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이겠지.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파도가 언제쯤 끝날 지 구경하는 것도 꽤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으므로 단은 아무 말 없이 화면에 집중했다. 한참 키보드를 두드리던 향성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여기는 실버, 다 됐어요. 프로그램 해제 들어갈게요. 3, 2, 1. 


 제로. 말이 떨어진 다음 순간 화면 안에 나타난 것은 복잡한 건물 안이다. CCTV 망을 해킹해 건물 안의 전부를 노트북 안에 띄운 향성이 바삐 눈을 돌리며 적의 위치를 확인했다. 앞 쪽 복도에 셋, 뒤 쪽에 둘. 3층에도 꽤 많아요… 스칼렛, 방금 옥상에 둘 올라갔어요. 창문 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다 쏴버려. 벽에 몸을 숨겨 이동하는, 혹은 저 건너편에서 저격총을 들고 있을 이들을 향해 향성이 중얼거렸다. 그 옆에서, 무릎을 껴안은 손을 맞잡은 채 만지작거리며 단은 조마조마하게 바랐다. 아, 오늘은 내가 일할 일이 없으면 좋겠다.  물론 이 쪽의 일치고 위험하지 않은 일들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이런 일들이 생기고 제 사람들이 나설 때마다 걱정이 되지 않느냐 묻는다면 역시 아니었으므로…, 까지 생각하던 순간.


 "!!!"


 뒤! 날카로운 향성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 속 쯔우가 급히 제 몸을 숙였다. 숙인 몸의 위로 날아간 총알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혀들었다. 자칫했으면 정통으로 가슴께에 들이박혔을 상황이었다. 숨을 들이킨 단이 입을 틀어막았다. 마찬가지로 몇 번을 보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들 중에 하나였다. 무릎께를 잡은 손끝은 어느 새 하얗게 질려있었다. 이내 뒤로 돌아선 쯔우가 몇 번인가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 없이 날아간 총알은 정확하게 겨누었던 머리와 가슴께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사람이 쓰러져 내리는가 하면 비명과 함께 머리가 터져 날아가는, 그 특유의 기괴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런 것쯤 깔끔히 없는 소리 취급한 단이 톡, 톡 제 무릎께를 두드렸다. 그다지 관여할 생각도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아는 이들이 아닌 이상.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 단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좀더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다. 버려진 아이로 자라난 탓에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이 곳 외에는 하나도 없었던 단에게, 조직은 때로 삶의 전부였고 혹은 방식이었으며 동시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 안식처가 다른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누어야 유지될 수 있는 곳이라면, 단은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묵인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기실 그것은 모순된 평화였고 단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므로, 그 평화를 위해 단은 제 자신과 타협했다. 제 모든 것을 자신의 안식처, 그 선 안에 있는 이들에게만으로 한정하기로. 그 바깥으로는 마음을 둘 이유조차 없는 곳이니 눈길조차 두지 않기로. 


 어딘지 모를 곳까지 생각이 닿았던 순간, 귓가로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흠칫 놀란 단이 도로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쓰러진 사람들 사이로, 이제 정 가운데의 화면 안에 서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옆에서 향성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에 끼고 있던 인이어를 통해 쯔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여느 때처럼.  

수고했어. … 목표물은 전부 사살했다. 전원 귀환해. 




 다쳤네요, 스칼렛. 부루퉁하게 중얼거리며 단이 붕대를 집어들었다. 총기류를 다루는 데 능숙한 서림은 상대적으로 근접전에 약한 편이라, 오늘도 팔에 자상을 달고 돌아온 터였다. 흉이야 남지 않겠지만서도 그래도 한동안은 꼬박 자신을 찾아와야 할 테지.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여자 몸에 흉터 남으면~ 시작되는 잔소리에 서림이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다치려고 다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쳐 올 때마다 잔소리를 잔뜩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단의 버릇이었다. 제 좁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견고히 하기 위한. 

 

 익숙하게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다. 이거, 조심해야 해요. 이것도, 이것도. 한가득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물론 서림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 다반사였지만- 한 번 더 잔소리를 하고 나서야 단은 붙들고 있던 서림을 놓아주었다. 나을 때까지는 조심하구요~! 나가는 길까지 배웅하고 하고 돌아온 단이 느리게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뒤로 기대어 눕는 순간 피로가 몰려왔다. 이것 역시도 익숙한 일. 조직에 속한 누군가가 다치고 돌아오는 날이면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단은 생각한다.

 아마 잠이 들면 꿈을 꿀 것이다. 누군가가 죽는 꿈이겠지. 그리고, 자신은, 그 꿈을 꾸고 일어나서. 

 꿈이 현실로 들이닥치지 않도록, 더, 더, 더…. 


 한 순간 까무룩, 의식이 멀어졌다.

 꿈을 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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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옐로 마퍄썰 풀어주셨던 분들 슥슥 이케....ㅇ ㅣ케... 빌렸어요.... 캐붕... 캐붕났으면 죄송합니다 (머리에 총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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