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ING/LOGS 2016. 3. 14. 03:25



 시한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모처럼 단의 발걸음이 조금 가벼웠다. 바람 부는 거리를 한참 걷다 문득 시선을 돌렸다. 한참 돌아가던 시선이 멈춘 곳은 영화관 바깥에 크게 걸린 광고판이다. 꽤 관객이 몰린다던 영화였던가, 인기 좋은 배우에 실력파 감독이 붙어 한층 호평받고 있다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시선이 멈춘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한참을 보았던 얼굴. 눈을 감던 순간까지도 마주했던 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전부 잊었을 사람의 얼굴이다. 마지막 순간 선택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던 손길과, 무겁도록 한 걸음씩 나아가던 발걸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박제된 것마냥 왕좌에 앉아 울던 얼굴마저도, 선명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부정할 수 없이, 그는 한 나라의 왕이었고 또한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늘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어릴 적엔 많이 봤었다고 했었지. 또, 어땠더라. 단은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그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현실을 여는 사람이었고, 태연스럽게 여자아이 연기를 하던 사람이기도 했으며, ... 아, 그래. 제 부모를 잡아먹었다며 울던 사람. 꿈 속에서 엿보았던 것들은 모든 것이 끝난 지금에 와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한참 광고판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던 단이 마음 속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지금 당신도, 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까요? 올려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당신이 좋아한다 말했던, 하늘. 


 

 바람이 불었다. 밤의 봄바람이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CHECKING > LO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 단] 커미션비..(ㅋㅋ)  (0) 2016.03.17
[정 단] 우연  (0) 2016.03.16
[정 단] 약속  (0) 2016.03.14
[정 단] 마피아 AU  (0) 2016.03.13
[정 단] Ends  (0) 201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