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가.. 어떻게 해야 ...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요?"
들려온 목소리가 조금 울먹인 것도 같았다. 놀라 마주한 시선은 떨고 있어서, 해영은 그만 하려던 말을 잃고 입을 딱 다물어버렸다. 분명히 하려던 말이 더 있었는데,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남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그 안을 채운 건, ... 그러니까,
그러니까 표현하자면 그건 낯선 감각이었다. 가슴 어디께가 울리고, 머리 한 구석이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시큰하게 울리는 감각이 심장 어디쯤을 두드리고, 아릿한 통증이 끊임없이 그 안을 맴돌았다. 그렇지만 그 감각은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 감각은 결국 무언가 잘못되었다, 라고 생각하는 거라던가, 생각들 틈으로 버거울 어떤 것을 보거나, 혹은 질서가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그 끔찍할 정도의 공허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석이 있었으므로.
어쩌면 자신이 먼저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나려고 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해영은 잠시 생각했다. 그건 해영에게 조금, 어쩌면 눈을 감고 걸을 수도 있을만큼 익숙한 길이었다. 아주 오래 된 경험들이 해영을 그렇게 만든다. 사소한 싸움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버린 어떤 일들. 떠나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해영의 눈 앞에는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꿈이라는 이름을 빌어 기억은 다시금 머릿속을 헤집어놓기 일쑤였으므로. 잡았던 손을 밀어내던 여동생이나, 굴러떨어지는 둔탁한 소리. 자지러지던 그 울음소리나, 새하얗게 변한 부모님의 얼굴 같은 것. 한 번도 칭찬 같은 건 해준 적이 없었으면서. 하얗게 질린 동생을 끌어안고 자신을 노려보던 어머니의 얼굴은 늘 꿈의 마지막에 등장하고는 했다. 사실 그 날 잘못했던 건 자신이 아니었는데도.
아무도 해영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해영도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포기하는 것이 조금 더 쉬워졌다.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입술을 열었다. 머릿속이 하얀 탓인지 말은 자꾸만 입 안에서 껄끄럽게 뒤섞였다. 그렇지만 머뭇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혹여 이번에도 오해를 살까, 바라보는 금빛의 눈동자가 더 흐려질까 싶어 해영은 다급하게 말을 골라 내놓았다. 서툰 단어들이 두서없이 쏟아진다. 그러니까, 정말로 괜찮아요. 저, 해수가 솔직하게 사과도 해줬고, 또, 이렇게 이야기도, 해줘서... 어, 아... 말을 잘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말해줘서, 그것만으로도 저는 정말로.
정말로.....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튀어나오려던 마지막 단어 하나를 말하지 못한 채 해영이 잠시 숨을 멈췄다. 정말로? 그 이후에 이어질 단어에 관하여 떠올려 본다. 이 말을, 지금 써도 괜찮은 걸까? 숨을 삼키고 생각해보지만 이 모든 말들을, 감각을 설명할 수 있을 만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해영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기뻐요.”
하고, 해수를 똑바로 바라본 채 이야기한다.
-
공미포 1118....
늦어서 죄송합니다.....
'ETC > LO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해영] Trojan Horse (0) | 2016.12.28 |
---|---|
[윤해영] 메리 크리스마스 (0) | 2016.11.07 |
[윤해영] 03 (0) | 2016.11.03 |
[윤해영] 02 (0) | 2016.10.27 |
[윤해영] 1 (0) | 2016.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