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표현조차 할 수 없는 그 나날들이 지나고서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었다. 우리의 매일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였고, 동시에 누구에 대해서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시대였다. 그 날을 겪었던 아이들이 어떻게든 돌아오고, 모두 어른이 되고, 그 일들이 한 잔의 추억거리가 되어 웃을 수 있는 일이 되었음에도 그 사실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때때로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보다도 자주 누군가가 사라졌다. 온전한 평화는 요원했고 때문에 우리는 살아남은 아이의 이름과,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일념에 기대어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시대를 바꾸고 싶었다.
단순한 영웅심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허황된 영웅심만으로 움직이기에 이미 지나치게 나는 자라 있었다. 그저 그것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동시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집안에까지 숨기고 비밀리에 불사조 기사단에 들어간 것도 결국은 그 목표를 위한 한 갈래의 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거칠 수 있는 몇 가지 가운데 가장 빠른 길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몇몇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지만, 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그 사람의 눈에 들 정도로 꽤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는 뜻이다.
"덤블도어가 널 부르던데, 율리안."
나를 부른 덤블도어가 내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은 다름 아닌 오클러먼시였다. 그 다음에는 레질리먼시, 그 다음에는 표정을 숨기는 법과, 베리타세룸에도 넘어가지 않게 되는 법.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고통없이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나에게 죽음이 이미 가까웠기에 가장 마지막의 것은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덤블도어는 만일을 기약해야 한다며 굳이 그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 어쨌거나 그 모든 것들이 끝나고, 그러니까 병자 수준으로 정신을 혹사당하고 완벽하게 표정을 갈무리하며, 태연스럽게 거짓말을 해낼 수 있게 된 다음에서야 허락된 임무였다. 그런 것들에 대해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기실 중간에 실패한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한 일이었으므로.
사실, 조금쯤은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주인님, 부디 제게 명을.'
왼팔에 새겨진 해골과 뱀이 기분 나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을 씁쓸하게 바라보다 소매를 내려 드러난 팔을 감추었다. 한때 나를 숙주로 집어 삼키려던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되지 못했다. 최소한의 사람에게만 알린 일들이었기에 타인의 시선을 견디는 것 역시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떠들어댔고, 그 고고한 척 하던 아퀼루스가 결국 볼드모트의 개가 되었다 말하는 언사들은 충분히 모욕적이었다. 차라리 친우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의심 사지 않을 정도로 손속을 조정하는 지극히 골치아픈 작업이 편안할 만큼. 전부 다 내던지고 싶었던 적도 없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니, 사실 충분히 많았다.
그러나 그럴 때면, 나는 가끔 생각했다.
징그럽도록 나를 향해 휘어 웃던 붉은 눈이라던가, 나를 향해 말하던 그 목소리 같은 것들. 끊임없이 돌아가던 모래시계와 몇 번이고 날아오르던 황금빛의 불사조들. 뒤집히던 세상, 무력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나, 그 곳에서 돌아오기 위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라던가, 아니면.
단 한 번의 도피가 만들어냈던 그 모든 일그러진 날들과,
그 곳에서 손 안에 쥐어버린 소중한 것.
그것들을 생각하고 나면, 나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도망치기에는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지나치게 많았으므로.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시야에 온통 새까만 세상이 들어왔다.
차가운 새벽이다. 그러나 곧 아침이 오겠지. 가장 깊은 어둠은 동 트기 직전인 법이므로.
그 자그마한 위안에 오늘도 기대었다. 지팡이를 들어올려 하늘을 향했다. 입술을 벌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모스모드레."
그리고, 하늘에 다시 어둠이 수놓였다.
선명한 녹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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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스파이... IF 로그....
모스모드레는 .. 죽먹자들이.. 사람죽이고 쏘는 표식 주문입니다...www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