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LOGS 2016. 7. 3. 04:17

 


 “어디서 이런 수작을 배워왔을까, 크리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귓가를 깨물자 얕게 떨리는 손길이 이내 어깨를 잡아쥐었다. 아, 싫,- 미약하게 중얼거린 말을 틀어막듯 입을 맞추고 혀를 섞었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몸이다. 어떻게 하면 무너져 내리는지, 어디를 더듬으면 몸을 떨고 달큰한 목소리를 내는지. 눈물로 흐려지고 텅 빈 자색의 눈동자에 오로지 자신만이 담겨있는 그 모양을 보며 러스티 발레리는 빙그레 웃었다. 아, 그래. 이 얼굴이 보고 싶었다. 부정할 수 없는 모양새였다. 사랑스럽고 괘씸한 제 동생. 

 그 누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그래서 욕심이 났다. 오로지 홀로 두고 망가뜨려 저밖에 모르도록 만들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어디에도 보내지 않고 제 품 안에만 두고 싶었던 터다. 퍼우드에 보낸다고 했을 때도 마음씨 좋은 형인 척, 몸이 약한 크리스에게 무리이지 않겠느냐 반대했던 이유였다. 크리스 본인이 가고 싶다 하는 바람에 무산되어버렸지만. 뭐, 그래도 그 정도는 너그러이 받아들여줄 수 있었다.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면 숨구멍을 틔워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퍼우드에서 나름의 위안을 찾아도 좋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품 안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까지 용납할 수는 없었다. 

 가는 발목을 틀어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부러뜨려버릴 것처럼. 문득 생각한다. 이대로 부러뜨리고 망가뜨리면 너는 온전히 내게로 떨어질까. 퍼우드건 어디건 다 버려둔 채 오로지 제 방 안에만 가둬두고 싶었다. 매일을 자신만 바라보게,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도록, 헛된 희망 같은 것은 품지조차 못하도록. 진득한 상념을 그만두게 만든 것은 아래서 새어나오는 작은 울음소리였다. 


 “아, 흐-, 잘못, 잘못했,.. 흑.. 아파-,” 


 숨죽여 우는 크리스를 내려다보다 러스티가 작게 웃으며 발목을 놓아주었다. 아, 어쩌면 이런 것마저도 사랑스러운지. 희게 질린 얼굴이 온통 눈물 범벅이었다. 손을 뻗어 흘러내린 눈물을 다정스레 닦아주며 러스티는 크리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것 봐, 크리스. 내가 널 아프게 하는 건 전부 다 네 잘못이야. 네가 잘못하지 않으면 이렇게 아플 일이 없잖니. 응? 제 말에 곧이 곧대로 끄덕이는 얼굴이 못내 사랑스러워 흰 목덜미에 러스티는 다시 한 번 이를 세웠다. 군데군데 멍들어있는 흰 목에 또다시 붉은 자욱이 하나 더 생겨났다. 오로지 제 흔적이다. 러스티 발레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중얼거렸다.  

 

.... 나는 널, 사랑하고 있단다. 크리스. 

 전부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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